충남 삽교천의 한 교회에 부흥회를 인도할 때의 일이다. 그 지방에서 목회하는 우리 교단의 Y목사님이 집회에 참석하셔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Y목사님을 통해 나는 농촌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되었다.
우리 농촌교회 목회자들은 부업을 합니다. 어떤 목사님은 양봉업으로 생활하시고, 어떤 목사님들은 개나 돼지를 키웁니다. 양계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럼 목사님은 부업으로 뭘 키우세요?”
“저는 토끼를 키웁니다.”“몇 마리나 되는데요?”“약 200마리 정도 됩니다.”
나는 목사님의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았다.
새벽기도 시간에 무슨 기도를 드릴까. 아침 식사 후에는 무슨 일을 할까.
교인은 20명인데 토끼는 200마리나 되니 교인에게 쏟을 정성을 하루 종일 토끼한테 쏟겠구나. 오히려 토끼에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을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목사님의 하루 일과가 한 눈에 그려졌다. 새벽기도 때, 기도 내용은 주로 이런 기도일 것이다.“하나님 아버지. 지금 새끼 밴 어미가 30여 마리인데 그 중에 5마리는 오늘이 예정일입니다. 순산하게 해 주소서. 시장에 내다 팔 때는 제 값을 받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 학교 등록금도 마련하게 도와주세요”.조반 전에는 토끼장 청소로 바쁠 테고 오후에는 토끼풀을 뜯거나 간 혹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니 그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건 토끼사육이 전업이고 목회는 부업인 셈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목회에 집중하라고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 끝에 내가 나서서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를 도와 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Y목사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구리 색처럼 빛이 났다. 토끼를 키우느라 손가락 마디마디는 굵은 나무통 같고 치아는 다 빠져서 음식을 제대로 먹기가 어려워보였다. 나는 부흥회하는 교회에서 받은 사례금을 Y목사에게 틀니 값으로 드렸다. “음식을 잘 잡수셔야 건강합니다. 건강하셔야 사역도 열심히 할 수 있죠!”그리고 앞으로 3년간 매월 선교비를 보내기로 약속하고 대신 Y목사님은 토끼 200마리를 모두 팔아 중고 봉고차를 사서 주일날은 교인들을 수송하고 평일에는 전도와 심방용으로 쓰기로 약속했다. 일하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않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전도자는 하나님이 먹이시고 입히신다. 그 약속을 믿고 주의 종은 오직 주의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기도하는 일과 말씀 전하는 일만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병든 자를 고치며 길 잃고 방황하는 인생들을 구원의 길, 승리의 길, 복된 길, 영생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최낙중목사
취재: 국제선교신문 기자
기사입력 : 21-08-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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