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집에 심방 한번 와 주세요.”
주일 2부 예배 후에 J집사님이 찾아와 간곡히 부탁했다.
“집사님, 댁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 … 남편 죽기 전에 목사님 오셔서 전도 좀 해 주세요.”
“남편 전도는 아내 되신 집사님이 하셔야지요. 어찌 집사님 남편전도를 저더러 하라고 하세요?”
“목사님, 제가 밥 먹듯 매일 전도를 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목석같이 꿈쩍을 안 해요. 우리 남편이 지금 간암에 복막염까지 합병증으로 고생해요. 3일 전 세브란스 병원에서 불치병 선고받고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서 어제 데려왔어요.”
J집사님의 남편은 건축업을 하는데 평소 술, 담배를 즐기던 분이셨다. 3년 전 간염으로 3개월 간 입원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나았는데 그 후 다시 술, 담배를 하고 밤새워 무리하게 일하다 결국 쓰러져서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간암 말기에 합병증까지 와서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나는 다음날 봉천동 102번지 달동네 J집사님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수가 차서 배는 남산만큼 부어 있고 눈은 힘없이 감긴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 선생님! 의사의 말대로 세상 떠날 날이 다가왔습니다. 죽음을 슬퍼하거나 억울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은 영원히 사는데 최 선생님 혼자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태어나서 죽는 것은 하나님이 정한 것이고 그 후에는 심판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최 선생님의 죄를 사해 주시려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셨습니다. 사랑이 무한하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담당시키셨으니 그 은혜로 말미암아 우리 믿는 사람이 구원받게 됩니다. 그러니 예수님 믿으세요.” 복음은 전했지만 반응도 없고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환자의 몸에서 생선 썩는 냄새처럼 역겹고 비린내가 났다. 서둘러 주기도문을 하고 예배를 마쳤다. 결국 그 날은 성령의 감동하심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일 예배에 참석한 J집사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까지 흐릿했다. 임종을 앞둔 남편 옆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짐작이 되었다.
“집사님, 남편은 어떻습니까?” 집사님은 망연자실하여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틀렸어요. 이제 다 끝났어요.” 집사님의 눈에는 절망의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나는 순간 힘없이 맥을 못 추며 희망을 놓아버린 집사님의 태도에 화가 났다.
“집사님, 왜 그렇게 믿음이 없어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할 수 있거든 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하심이 없느니라. 라고 하셨는데 이런 때일수록 의심 말고 주님을 온전히 믿으셔야지요.” (계속)
최낙중목사